며칠 전, 큰아들에게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.
"엄마, 우리 내일 아이들 데리고 근교에 바람이나 쐬러 갈까요?"라는 말에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어요.
늘 바쁜 아들 내외와 함께 나들이를 간다니, 그 말만으로도 마음이 참 설렜죠.
아들은 덧붙여 말했습니다.
"엄마, 6개월 된 아기랑 5살 아이 데리고 둘이 가긴 너무 힘들어요.
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?"
그 부탁에 흔쾌히 "그래, 같이 가자" 하고 답했죠. 손
주들 도와달라는 속마음이 보였지만, 제안을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웠거든요.
다음 날, 저는 간식도 챙기고, 따뜻한 커피도 보온병에 담아 준비를 마쳤습니다.
그런데 아들과 며느리는 각각 8시, 9시가 다 돼서야 일어나더군요.
속으론 ‘이 늦잠은 뭐지…’ 싶었지만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 꾹 참았습니다.
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은 차에 탈 때 찾아왔습니다.
아들이 말하길, "운전은 내가 할 테니 며느리는 앞에, 엄마는 뒷좌석에서 아이들 좀 봐주세요."
그 말을 듣는 순간, 저는 졸지에 아이 돌보는 ‘도우미’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.
설레며 떠난 단풍놀이가 어느새 가슴에 찬바람 부는 하루가 되어버렸죠.
며칠 뒤, 둘째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.
그 아이는 제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어요.
"엄마, 아마 그 집 아들은 엄마가 싫다고 표현하지 않으니까 몰랐을 거예요.
그냥 말 안 하면 괜찮은 줄 아는 거죠." 그러면서 교통법규 얘기를 꺼냈어요.
"알면서도 무심코 위반하는 것처럼, 아들도 엄마 마음을 몰라서 실수했을 수 있어요."
그 말을 들으니, 문득 제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.
‘좋은 시어머니’가 되기 위해, 참아야 하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떠오르더군요.
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솔직해지려 합니다.
꼭 날카로운 말이 아니라도, 내 표정이나 조용한 말 한마디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.
아들, 며느리와 더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라도, 이제는 엄마인 제가 먼저 마음을 나누려 합니다.
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? 때로는 서운했지만 표현 못했던 그 순간들 말이에요.
여러분의 이야기도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